우리나라 서울의 명동과 비슷한 느낌의 코즈웨이 베이는 1년 내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홍콩 제일의 번화가다. 홍콩 섬 최고의 쇼핑 거리로 유명한 이곳은 이러한 사실을 입증하듯 메인 스트리트인 헤네시 로드에서 이워 스트리트까지 뻗은 대로 양옆에는 백화점과 상점가가 줄줄이 이어진다. 주말이면 쇼핑을 즐기고자 홍콩 전역에서 몰려든 시민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빈다. 대낮처럼 환하게 불을 밝힌 화려한 쇼핑 거리의 풍경이 홍콩의 잠들지 않는 밤을 보여준다.


눈 데이 건은 이름 그대로 매일 정오에 쏘는 대포다. 1840년부터 일본 군 통치 기간을 제외한 160여 년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대포를 쏴왔다. 1924년에는 영국의 유명 극작가이자 가수인 노엘 카워드가 영국 군과 눈 데이 건을 주제로 만든 풍자 곡 매드 독스 앤드 잉글리시맨을 히트 시키면서 순식간에 유명해졌다. 현재 눈 데이 건이 놓여 있는 자리는 1844년 마카오에서 이전해온 자딘 매드슨 사의 본사가 있던 곳이다.

안타깝게도 처음 사용하던 대표는 일본에 점령 당한 1941년 12월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 버렸다. 제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뒤 영군 해군에서 양도 받은 6파운드 짜리 대포가 그 자리를 대신했으며, 1961년에는 대포의 소음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어 지금의 3파운드 짜리 해군 속사포로 대치됐다.

매일 정각 12시에 대포 옆에 놓은 줄을 올리고 대표를 쏘는데 의외로 요란한 소리에 깜짝 놀라기 쉽다. 홍콩이 중국에 반환 되기 전까지는 포수의 제복이 흰색의 영국 해군 군복이었으나 지금은 짙은 색의 중국 군복으로 바뀌었다. 대포를 쏜 직후부터 20분 간 포대를 개방하기 때문에 대포 바로 앞까지 가서 사진 촬영을 할 수 있다.


코즈웨이 베이 타이푼 셸터는 태풍이 상륙할 때를 대비해서 만든 선박 피난소다. 거대한 방파제가 빅토리아 항을 따라 길게 이어진다. 여기는 천양지차로 벌어진 홍콩의 빈부 격차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방파제를 반으로 나눠 서쪽은 호화 요트들이 자리 잡고 있으며, 동쪽은 초라한 수상 가옥 마울이 위치하고 있다. 요트 선착장에는 홍콩의 중국 반환 후에도 영국 왕실에서 하사 받은 로얄 칭호가 그대로 유지된 로얄 홍콩 요트 클럽이 있다.

낡을 대로 낡은 수상 가옥은 쓰레기 더미처럼 보일 정도인데, 기온이 조금만 올라가면 역한 하수구 냄새가 코를 찌르기 때문에 가까이 가고 싶은 생각이 저절로 사라진다.


빅토리아 공원은 1957년 10월 개장한 홍콩 최대의 공원이다. 지금의 이름은 입구에 놓인 빅토리아 여왕 동상에서 유래했다. 이 동상은 원래 센트럴의 황후상 광장에 놓여 있던 것인데, 제 2차 세계 대전 당시 일본 군에 약탈 당했던 것을 되찾아다 지금의 자리에 세워 놓았다. 흥미로운 점은 지금의 공원 터가 원래는 육지가 아니라 바다였다는 사실이다. 어선이 태풍을 피하던 타이푼 셸터는 원래 이곳에 만들어져 있었다고 한다. 1950년대 대규모 간척 사업이 진행되면서 바다를 메워 육지를 만들고 그 자리에 지금의 공원을 조성한 것이다.

공원 안에는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 가능한 축구장, 농구장, 테니스장, 수영장, 조깅 코스 등 다양한 체육 시설이 갖춰져 있다. 이른 아침이나 땅거미가 질 즈음이면 느릿느릿 한 몸짓의 태극권을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홍콩에서 가사 도우미로 일하는 인도네시아 또는 필리핀 출신 여성들이 모여 이야기 꽃을 피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조그만 벼룩 시장도 열리며, 구정 즈음에는 홍콩 최대의 꽃 시장도 열린다.


2000년 10월에 개관한 중앙 도서관은 빅토리아 공원 맞은 편에 있는 12층 짜리 건물이다. 홍콩에서 가장 큰 도서관으로 신고전주의와 포스트 모더니즘 양식이 결합된 독특한 디자인이 멋지다. 안으로 들어가면 건물 가운데 부분이 뻥 뚫려 있어서 더욱 인상적이다. 200만 권에 달하는 장서 외에도 1만 2,000여 장의 CD와 DVD도 소장하고 있다. 한류의 뜨거운 열기를 반영하듯 한국 가수의 CD도 쉽게 볼 수 있다. 5층의 신문과 잡지 간행물 실은 높은 창문이 달린 조그만 온실처럼 꾸며 놓아 안락한 휴식 공간으로 이용할 수 있다.

안내 데스크에 예약하면 인터넷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500여 대의 PC가 비치되어 있으며, 1회에 2시간까지 사용할 수 있다.


자딘스 크레센트는 코즈웨이 베이 한복판에 위치한 전형적인 재래 시장이다. 우리나라의 남대문 시장 같은 분위기로 두 사람 지나가기도 벅찬 좁은 골목을 따라 노점상이 몇 겹씩 빼곡하게 진을 치고 있다. 주요 취급 품목은 면 티, 의류, 액세서리 등이다. 세련된 느낌은 거의 없으며 시골 장터에서나 팔릴 듯한 촌스러운 디자인의 물건이 대부분이다. 여행 시간이 별로 없는 관광객이라면 굳이 방문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된다. 실제로도 관광객 보다는 현지인이 많이 찾는 곳이다.

Posted by 지구 훔쳐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