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리는 오랜 옛날 불타오르듯 붉게 빛나는 목화 나무가 있어 붉은 기둥의 해변이라 불렸다. 영국이 식민 지배를 시작한 19세기 중반에는 홍콩의 임시 수도 역할을 했었다. 하지만 과거의 모습이 모두 잊혀진 지금은 산뜻한 멋이 흐르는 고급 주택가와 낡은 재래 시장이 묘한 대조를 이루는 홍콩 섬 남부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변모해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스탠리 마켓은 서울의 남대문 시장이나 동대문 시장을 떠오르게 하는 전형적인 재래 시장이다. 일명 짝퉁 천국으로 유명하기 때문에 언제나 호기심 가득한 관광객으로 북적인다. 하지만 그렇게 큰 규모의 시장은 아니며, 폭 2미터에서 3미터의 골목길이 200미터 정도 이어지는 스탠리 메인 스트리트가 시장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세 명만 지나가도 꽉 차는 좁은 골목 양쪽에는 여성 의류, 중국 전통 의상, 가방, 신발, 기념품, 스포츠 용품, 골동품, 그림, 장난감 등을 파는 상점 160여 개가 줄줄이 들어차 있다. 단, 국적 불명의 상품이 많으며 가격에 비해 질이 상당히 떨어지기 때문에 쇼핑 목적 방문하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다. 스탠리 마켓은 단순히 재미 삼아서 구경하기에 적당한 곳이다.


스탠리 만은 1841년 무렵 홍콩의 임시 수도가 자리했을 만큼 번화가였으나 지금은 서양 바와 레스토랑이 모인 일종의 식당 거리로 변했다. 석축을 쌓아 만든 밋밋한 해변 도로를 따라 대여섯 개의 레스토랑이 모여 있다. 차량 통행이 전면 금지되는 금요일과 주말, 그리고 공휴일에는 노천 테이블을 내놓고 영업하는 모습이 이채롭다. 해안을 바라볼 때 왼쪽에 있는 암초 지대에서 스탠리 만 일대와 머리 하우스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스탠리 플라자는 난민 거주지를 정비해서 만든 대형 쇼핑 센터이다. 잡화점, 기념품 매장, 슈퍼마켓, 식당 등이 한데 모여 있어 언제나 관광객으로 붐빈다. 하지만 눈에 띄는 상점이나 물건은 별로 없기 때문에 가볍게 스쳐가듯 보는 정도로 충분하다. 스탠리 플라자 앞에는 각종 공연과 행사가 열리는 야외 극장이 있으며, 4층과 5층에는 머리 하우스와 주변 바닷가가 시원스레 내려다 보이는 조그만 전망대가 있다.


틴하우 사원은 1767년에 세운 사원이지만 최근 다시 건설되었기 때문에 예전의 멋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화려한 장군상과 봉황이 그려진 정문으로 들어가면 중정을 지나 제단이 나타난다. 한가운데에 붉은 옷의 황금 빛 틴하우상을 모셔 놓았고, 양쪽을 빙 둘러가며 재물, 풍어, 복, 건강을 관장하는 18개의 신상이 있다.

왼쪽 벽에는 1942년 스탠리 경찰서 앞에서 잡힌 호랑이의 가죽이 검게 퇴색한 채 걸려 있다. 호랑이 가죽이 틴하우 사원에 안치됐을 무렵 일본 군의 공급을 두 차례나 받았는데, 사원은 물론 이곳에 피신한 사람은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았다. 그래서 이곳은 호랑의 보호를 받은 사원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틴하우의 탄신 일인 음력 3월 23일에는 사원 앞에서 경극 공연을 한다.


머리 하우스는 영국 분위기를 한껏 뽐내는 석조 건물이다. 원래 센트럴 한복판에 있었으나 그 자리에 중국 은행이 세워지면서 지금의 위치로 옮겨왔다. 홍콩에서 가장 오래된 식민지풍의 건물로도 유명한데 1840년 영국 왕립 공병대에 의해 빅토리아 병영의 일부로 지어졌다. 1846년부터 1963년에는 군용 식량 창고로 이용됐었다. 수십 개의 돌 기둥이 떠받친 우아한 기풍의 건물은 총 40만 개이 벽돌로 만들어졌다. 이축 당시 하나하나 분해해 이 자리에서 다시 조립했다고 하니 엄청난 노고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G/F에는 축소 모형과 사진을 통해 1860년대 머리 하우스의 모습과 위치, 주변 경관 등을 소개하는 조그만 전시관이 있으며, 1층과 2층에는 스탠리의 명물로 꼽히는 4개의 고급 레스토랑이 있다.


북제고묘는 바닷가를 향해 툭 튀어나온 절벽에 세운 조그만 사원이다. 1805년에 지어진 것으로 바다의 신 빡타이를 모시고 있다. 세상의 모든 소리를 듣는 큰 귀와 천리안을 가진 빡타이는 뱃사람의 소원을 들어주는 신으로도 인기가 많다. 따라서 사원 안은 항상 소원을 빌기 위해 태우는 향 연기로 가득하다. 사원 아래에는 일명 천 년 우물이라고 부르는 오래된 우물이 있다.


스탤리 메인 비치는 손바닥 만하다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아주 작은 해변이다. 전체 길이가 400미터 정도인 해변은 가운데의 수상 스포츠 센터를 중심으로 둘로 나뉘어 있다. 바다를 바라볼 때 오른쪽이 윈드서핑 용품 및 낚시 배 대여소이며, 왼쪽 해수욕 전용 비치다. 해변에서는 초록 빛 바다와 곳곳에 자리한 고급 주택과 리조트, 그리고 호텔의 모습이 보인다. 맑은 물을 가진 바닷가지만 해변의 모래는 다소 거친 편이다.

Posted by 지구 훔쳐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