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서 손꼽히는 벚꽃 명소 이노카시라 공원과 옛 정서가 물씬 풍기는 하모니카요코초, 재패니메이션의 최고봉 미야자키 하여오의 지브리 미술관이 있는 키치조지는 서민적인 시장 거리와 주택가가 어우러져 있어서 중산층 일본인들의 여유로운 생활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키치조지로 가는 길은 신주쿠와 시부야에서 가는 것이 가장 편하다. 신주쿠에서 JR 주오센 쾌속을 타고 가면 15분이 소요되며, 시부야에서는 시테츠인 이노카시라센 급행을 타면 16분 만에 도착한다. 도쿄 역에서도 JR 주오센이 지나가기 때문에 갈아탈 필요 없이 편하게 갈 수 있다. 쾌속을 타면 도쿄 역에서 키치조지 역까지 28분 정도 걸린다.
키치조짖 관광의 최고 하이라이트는 뭐니뭐니 해도 지르비 미술관이다. 오전에 지브리 미술관에 들렸다가 이노카시라 공원을 통과해서 선로드나 하모니카요코초로 가는 것이 가장 좋은 코스이다. 이렇게 하려면 JR 키치조지 역이 아니라 그 다음 역인 JR 미타카 역에서 하차하여 지브리 미술관으로 가는 것이 가장 좋다. 만약 시부야에서 이노카라센을 타고 오는 사람이라면 키치조지 역에서 JR선으로 갈아타야 한다.
코스를 반대로 하여 키치조지 역에서 시작하는 것으로 잡아도 무방하지만, 아침에는 선로드나 하모니카요코초의 상점이 문을 열지 않기 때문에 지브리 미술관을 관람한 다음 왔던 길을 그대로 되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다소 아쉽다.
미술관에서 나와 나무가 빽빽이 심어져 있는 이노카시라 공원을 지나면 키치조지 역 남쪽 출구가 나온다. 여기서 역 건너편의 중앙 출구나 북쪽 출구 쪽으로 나가서 선로드와 하모니카요코초를 둘러보기 바란다. 이곳에서는 저렴한 화장품 가게나 개성 강한 액세서리 상점을 만날 수 있다.
만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선로드나 하모니카요코초에서 쇼핑을 끝낸 다음 JR 주오센을 타고 나카노에 들려보는 것도 좋다. 나카노에는 중고 만화책으로 유명한 만다라케 본점이 있다. 키치조지 역과 나카노 역은 5정거장 거리이며, 전철로 11분이 소요된다.
키치조지의 미타카노모리 지브리 미술관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만화 영화인 '미래 소년 코난', '빨간 머리 앤', '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을 감독한 미야자키 하야오가 직접 디자인하여 만든 곳이다. 토토로가 손님을 맞아주는 입구를 지나면, 그 아래에 있는 작은 창문을 통해 미술관 안을 대충 훑어본 다음 입장한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매표소 위쪽의 천장도 한번 올려다보도록 한다. 중앙에서 웃고 있는 해님 주위로 토토로와 나우시카, 키키 등이 즐겁게 날아다니고 있는 장면을 묘사한 프레스코화가 무척 예쁘다.
중앙 홀은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 뚫려있는 커다란 공간이다. 공중을 가로지르는 복도와 몸을 굽혀야만 지나갈 수 있는 통로 등 여기저기 즐길거리가 가득하다.
계단과 복도 손잡이에 박혀있는 예쁜 구슬도 놓치지 말고 보도록 한다. 홀 한쪽에는 안내 센터가 들어서 있다. 상설 전시관인 '영화가 탄생하는 곳'은 5개의 작은 방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 편의 애니메이션이 탄생하기까지 작업 과정을 차례로 보여주고, 낯익은 캐릭터의 스케치 등 흥미로운 전시 작품들이 한 방에 가득하다. 그 밖에 멈춰 있는 그림을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애니메이션 장치를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움직이기 시작하는 방' 등 볼거리가 매우 많다. 박물관 중앙에는 대형 고양이 버스가 있는데, 안타깝게도 초등학생 이하의 어린이만 안에 들어가 볼 수 있다.
미술관 밖에는 80명 정도가 들어갈 수 있는 영상 전시관 토성좌가 마련되어 있다. 밖에서는 볼 수 없는 지브리의 오리지널 단편 애니메이션이 상영되며, 유리 너머로 영사 기사가 필름을 돌리는 모습도 볼 수 있다.
2층에서 옥상으로 이어지는 원통 형태의 철제 계단을 올라가면 옥상 정원이 나온다. 여기에는 '천공의 성 라퓨타'에 등장하는 거대한 로봇 병사가 재현 되어 있는데, 높이가 무려 5미터에 달한다. 내부에서는 사진 촬영이 엄격히 제한되지만 입구의 토토로와 로봇 병사 앞에서는 촬영할 수 있다. 구경하다가 배가 고파지면 밀짚모자라는 카페에서 오무라이스나 샌드위치 등 간단한 식사도 가능하다.
이노카시라 공원은 '냉정과 열정 사이'의 남자 작가 츠지 히토나리가 공지영과 함께 쓴 소설 '사랑 후에 오는 것들'에 등장하는 공원이다. 하늘하늘 벚꽃이 날리던 4월의 어느 날 실연의 아픔에 시달리던 일본인 남자 주인공이 이곳에서 한국인 여자 주인공과 운명적인 첫 만남을 가졌는데, 마치 나에게도 운명적인 일이 생길 것 같은 설레임이 생긴다.
공원 안에 있는 호수 이노카시라이케에는 주말마다 보트 놀이를 하는 사람들과 사진을 촬영하거나 이젤을 펴고 풍경화를 그리는 마을 주민들이 보인다. 2007년 1월부터 호수 근처에서 액세서리나 소품을 파는 아트 마켓이 신설되었는데, 오픈 시간은 오전 아홉 시부터 해질 때까지 운영한다. 호수 옆에 있는 하나미차야 스이게츠는 1918년부터 이노카시라 공원에서 영업을 해온 작은 찻집인데, 덮밥과 라멘부터 단고, 아이스크림, 핫도그 등의 간식러리를 팔고 있다. 아이스크림은 20 종류 이상을 판매하고 있다. 지브리 미술관을 관람한 후, 공원을 둘러보려면 미술관 정문에서 우회전하여 직진한 다음 타마가와조수이 개천을 건너 오른쪽 길로 들어서면 된다.